사건 개요
평화로운 아침을 맞이하고 아내와 같이 차를 타러 나왔습니다. 가져갈 짐도 차에 넣고 이동할 준비를 하려고 주차한 차 앞에 갔는데 순간 뇌정지가 왔습니다.
주차장에 주차하면 문콕 정도야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는데 차가 이런 상태가 될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내와 저 둘다 잠깐 사고가 정지되었다가 그다음엔 황당해서 웃음이 났습니다. ‘아니 차를 누가 이래 놓고 연락도 없이 그냥 갔지?’
연식이 오래된 차라 하마터면 ‘오래된 차라 원래 이랬나?’ 싶을 정도로 황당해서 뇌가 이상한 결론을 도출하고 있었습니다. 부랴부랴 사진을 찍고 경비실을 찾아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물피도주 처리 과정
물피도주란?
물피도주는 “사람이 탑승하지 않은 차에 사고를 낸 뒤 사후조치 없이 가버린 것을 말하는 보험용어”라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뺑소니’의 경우엔 교통사고 후에 도주하는 범죄행위를 말하며 운전자가 교통 사고를 낸 후 피해자에게 적절한 조치 없이 도주를 한 경우를 말한다고 합니다.
이번 사고의 경우 제가 차 안에 있지 않았고 주차된 차량을 긁고 가버렸기 때문에 뺑소니라는 용어보다는 보험처리 용어인 물피도주가 좀 더 적절하지 않나 싶습니다.
블랙박스, CCTV 영상확보
우선 차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약속이 있어서 당장 사고 처리를 할 겨를이 없었기 때문에 추후 블랙박스 영상과 CCTV 영상을 확보하기로 했습니다. (되도록이면 바로 블랙박스 영상을 복사하시기 바랍니다.)
경비실에 문의를 하니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에 연락을 취해서 CCTV를 확인하셔야 된다고 말씀해주시더라구요. 보통 CCTV를 확인할 땐 사고가 발생한 시간을 특정해서 하면 좀 더 빨리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블랙박스를 먼저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블랙박스 영상 확인
블랙박스 영상을 보니 주차 충격 감지 녹화가 2건 발생되어 있었습니다. 오전 6시 20분 경에 택배하시는 분께서 주차한 차가 흔들릴 정도로 긁고서는 그냥 가신 게 확인 되었습니다.
헌데 블랙박스에는 차량 옆모습만 보이는 상태였고 차량 번호 인식이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안타까운 건 주차 녹화가 오전 8시 부터는 남아 있는데 그 이전 녹화는 용량 부족으로 삭제 되었더군요. SD 카드가 16GB인데다 주차모드 녹화 영역이 크지 않아서 2시간 분량가량 밖에 녹화가 안 되어 있더라구요. ㅠㅠ 그래도 차량 흔들림이 명확히 확인되고 마이크 녹음이 되는 상태였기 때문에 충격 시 소리까지 녹음이 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에 희망을 걸고 아파트 내 CCTV로 차량을 특정해보기로 합니다.
아파트 단지 내 CCTV 확인
다행히 제 차에서는 택배차량이 옆으로만 보였지만 아파트에 있는 CCTV는 택배차를 전면으로 볼 수 있는 CCTV가 있었습니다.
위 이미지에서 빨간 박스 부분이 CCTV가 설치된 곳인데, 사고가 발생한 위치를 정확히 볼 수 있는 위치입니다. 이정도면 문제가 없을거라고 안심합니다. 차량 번호를 반드시 확인해야하고 사고 발생이 정확히 녹화에 담긴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습니다.
관리사무소 직원 분께서 ‘CCTV 확인 사유서’를 작성하게 하시고 CCTV 화면을 보여주셨습니다. ‘CCTV 확인 사유서’는 CCTV가 개인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민감정보이기 때문에 왜 확인해야하는지 사유를 적는 서류입니다.
블랙박스에 오전 6시 23분 정도로 사고 충격이 발생한 것으로 나왔기 때문에 6시 20분 부터 CCTV를 확인해서 보여주셨습니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인지 아내랑 얘기할 땐 ‘와. 우리 주차모드 블랙박스 안 켰으면 큰일 날 뻔했다. 얼마전 부터 켰는데 다행이다.’ 하하호호 대화를 나눴는데…
정작 아파트 내 CCTV가 대략 오전 2시경 부터 오전 8~9시경까지 딱 저 위치에 있는 카메라만 오작동을 했던 겁니다. 이 때 누가 저를 몰래카메라로 찍고 장난치고 있는 거 아닌가라는 뇌내 인식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정말 황당하게도 해당 카메라에 녹화된 영상이 블랙화면에 하얀 선 몇가닥만 남은 채 녹화되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일단 차량 번호만 특정하면 해당 택배 회사에 연락하거나 경찰에 신고할 때 차량번호 조회가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CCTV를 확인하기로 합니다. 그 시간에 단지내를 이동한 차를 찾으면 번호를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포기하지않고 다른 CCTV를 돌려봤습니다.
다행히 단지 내에 여러 카메라들이 있었습니다. 실제 사고를 유발한 택배차가 지나가는 장면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번엔 CCTV 화질이 차량 번호를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고화질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겨우 멈춰서 보면 차량 번호가 일그러져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답답하게 녹화 시스템도 TV 방송으로만 보던 볼륨 다이얼 돌리듯이 녹화화면을 확인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마우스로 플레이를 클릭했다가 스톱을 눌러서 확인하는 거라 딱 정확한 시점에 화면을 정지 할 수가 없었습니다. ㅠㅠ
바쁜 시간에 도움을 주신 관리사무소 직원분께 감사드렸지만 마우스 클릭이 느리셔서 딱 원하는 장면에 안 멈춰주어 속이 타들어갔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제가 주차한 차량이 있는 아파트 카메라로는 뒷 번호 정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관리사무소 직원분께서 점심 먹고 다른 동을 확인하자고 하십니다. 저야 감사한 일이라 그렇게 약속을 잡고 다시 뵙기로 했습니다.
2차 CCTV 확인
저희 아파트 단지는 입/출구가 딱 2곳만 있습니다. 때문에 들어오고 나간 위치가 명확하여 CCTV를 많이 확인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번엔 입구 쪽 CCTV를 확인했습니다. 입구 쪽 CCTV를 보니 가해 차량이 보다 크게 보였습니다. 여기서 생긴 또 다른 문제는 차량 속도가 꽤 빠른 상태라 마찬가지로 번호판이 밀려서 보인다는 것입니다 ㅠㅠ 다시 한번 속이 타들어 갑니다. 이렇게 포기해야하나 싶은데 직원분께서 다른 카메라를 확인시켜주셨습니다. 이번엔 차량 뒷편 번호를 확인할 수 있는 CCTV 였습니다. 아까는 차량 뒷 자리를 얼추 식별할 수 있었고 이번엔 차량 앞자리 번호를 식별할 수 있었습니다. 이 정도 증거면 경찰 신고까지 가더라도 문제는 없겠다 싶어 CCTV 확인을 끝마쳤습니다.
참고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CCTV 확인은 따로 촬영이나 복사가 불가합니다. 때문에 직원분께서 확인된 차량번호와 확인 시 사용했던 CCTV 카메라 번호, 가해차량이 보이는 시간대를 적으라고 하셔서 해당 내용을 적었습니다.
택배회사와의 상담 전화
차량 번호를 어느 정도 특정하고 나니 고민이 좀 되었습니다. 저는 가해 차량 차주분이 무슨 처벌을 받기 원한다기 보다는 되도록 보험 처리로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때문에 가해차량의 택배회사 고객센터에 먼저 문의를 했습니다. 경찰서에 신고 과정을 거치기엔 저도 상당히 피로한 일이라 되도록 원만히 보험 처리로 하고 싶었습니다.
해당 택배회사에 사고 전담 관련 상담번호가 따로 있는지 모르니 우선 바로 택배회사 고객센터에 전화했습니다. 전화 받으신 상담직원분께서 일반적인 택배 관련 문의가 아니니 상담 내용을 들으시고 전문 사고 처리 담당 직원께 연결을 해주신다고 했습니다.
이제 얼추 처리가 되겠거니 하고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꽤나 시간이 흐르도록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빨리 정리하고 떨쳐내고 싶은데 연락이 안 오니 슬슬 답답해졌습니다. 기다리다가 안 되겠다 생각되어 다시 고객센터에 전화하여 빠른 처리가 불가하면 저도 CCTV 영상 확보 작업등을 해야하니 경찰서에 신고를 하겠다고 전달 했습니다. 담당자께서는 죄송하다고 하고 긴급으로 처리 해드릴 수 있게끔 연락 드린다고 했는데 무소식이었습니다.
교통조사계 신고
슬슬 정신력이 떨어져 갑니다. 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나 현자타임이 슬쩍 왔습니다. 그냥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에서 처리하는 형태로 가야겠다 생각하고 경찰서에 갔습니다. 이런 물피도주 사건의 경우 관할 경찰서의 교통조사계로 신고를 하면 됩니다. 112에 전화했더니 위와 동일하게 신고를 하라고 안내를 하더라구요. 교통 관련 민원이 많을터라 생각보다 일 처리가 잘 안 될수도 있다 생각하고 갔습니다.
참고로 교통조사계를 방문하실 때엔 신분증, 차량등록증, 증거영상(블랙박스, 차량 사진)을 지참하고 가셔야 확인이 가능합니다.
단지 내 CCTV로 거의 번호를 특정했기 때문에 담담하게 가서 경위를 설명하고 USB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어찌나 과정이 매끄럽지 않은지 ㅠㅠ 이번엔 분명 잘 저장했던 USB가 경찰서 내에 있는 컴퓨터로 확인이 안 되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지 고민하다가 우선 핸드폰에 저장했던 영상을 보여드렸습니다.
영상에는 가해차량 옆 모습이 나오고 차량 흔들림이 보입니다. 처음엔 담당하시는 분께서 ‘차량 흔들림이 안 보이는 것 같은데요’ 했다가 다시 보시더니 ‘아 흔들리네.’라고 확인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마이크에 충격 감지 소리가 녹음되어 있었습니다.
하나하나 과정이 순탄하지 않던때에 택배회사 사고처리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만약 신고를 계속 이어가게 되는 경우 아파트 단지 내 영상들을 다시 확보해서 교통조사계 담당자가 다시 확인을 해주셔야 하는 복잡한 일들이 있었기에 되도록 사고처리 담당자 분께 원만히 처리 되면 좋겠다 말씀드렸습니다.
택배회사에서도 제가 연락을 한 후에 해당 택배 차량을 특정하고 해당 차량에 있는 블랙박스를 확인하였는지 사고가 확인되었다고 보험 처리 등록해드린다고 했습니다.
정리
물피도주 건의 경우 대체로 ‘문콕’ 또는 ‘차량 긁힘’ 등이 대부분일텐데 이런 경우는 경미한 사고이기도 하고 저처럼 차 연식이 오래된 상태면 적절한 합의금으로 처리하거나 아니면 가해차량을 찾지 못하는 때엔 그냥 지나가기도 합니다.
반면에 본인차의 손해가 큰 경우 반드시 가해차량을 찾아야할텐데요. 이번에 사고 처리 과정을 지나오면서 느낀건 범인 잡기가 꽤나 힘들고 배째라고 나오는 경우엔 너무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나마 저는 큰 문제 없이 보험 처리까지 되었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사고를 당하신 차주분들께서 얼마나 맘고생하실까 싶습니다.
한 편 답답했던 것은 가해차량이 왜 연락처를 안 남기고 그냥 도주했느냐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혹시 몰랐나?’ 생각도 했지만 본인차량이 옆차에 부딪혀서 흔들릴 정도였는데 몰랐을까 싶습니다. 사고를 인지하고 연락처를 남겼다면 신차는 아니기에 적당한 합의금으로 마무리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저도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나니 깔끔하게 그냥 보험처리로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피도주 처리 방법 요약
- 사고 현장을 알 수 있는 증거물 확보(블랙박스, 차량 손해 부분 사진들, CCTV)
- 차량 특정이 가능하다면 가해 차량의 차량번호 확보
- 신분증, 차량등록증, 증거물을 가지고 관할구 경찰서 교통조사계 방문
- 가해차주와 연결되는 경우 서로 합의 또는 자동차 보험 처리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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